러시아 북극 유목민, 탄저균 집단 감염…원인은 기후변화

순록들이 탄저균에 감염돼 집단 사망한 뒤 이 소년을 포함한 어린이 41명 등 유목민 총 72명이 북극권 살레하르트 지역 소재 병원에 입원했다.
성인 5명과 어린이 2명은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전염병’으로 알려진 탄저균 감염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이 마지막으로 발발한 것은 1941년이다.
순록 2300마리 이상이 사망했으며, 최소 63명이 발병 장소에서 격리됐다.
드미트리 코빌킨 러시아 야말 주지사는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병이 75년 만에 나타났으며, 한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라이프뉴스(LifeNews)는 이 어린이의 할머니가 지난 주 유목민 캠프에서 탄저균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탄저균 발발이 기후변화와 관련됐다고 밝혔다. 지난 달 이 지역은 35도까지 오르는 등 이례적인 고온을 기록했다.
알렉세이 코코린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러시아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지부장에 따르면, 탄저병균은 냉동된 시신이나 동물 사체 속에서 해동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수백 년간 생존할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이상고온은 야말에서는 드문 일이다”며 “기후변화의 징후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평균 기온은 지난 10년간 0.43도 올랐다. 그러나 기온 상승은 극북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묘지와 동물 사체 매장지를 포함해 러시아 상당부분을 덮은 영구 동토층 토양이 녹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목민들이 고인을 종종 묻는 강기슭이 대거 침식됐다.
코코린 지부장은 “영구동토층은 깊이 파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들은(유목민) 시신을 깊이 묻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네츠족은 관습에 따라 나무로 만든 관 속에 시신을 넣어 노지(露地)에 매장한다.
인간 및 동물 유해가 녹으면서 병균이 사람들이 마시는 지하수로 들어갈 수 있다. 탄저병균은 열과 복부 통증, 설사, 구토 등을 동반한다.
다른 보고에서는 지역 묘지 혹은 오염된 사슴고기가 발병원인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야말 반도에서는 보기 드문 싱크홀이 발견되기도 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면서 토지 속에 가스가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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