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팔아 번 돈으로 에너지 빈곤층 도와

청년이 바라 본 주민자치 ④ 도봉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

등록 : 2016-11-03 15:54 수정 : 2016-11-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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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도봉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도봉문화정보도서관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발전기 1호기를 청소하고 있다. 도봉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배경인 도봉구. 사고뭉치 둘리를 보듬는 정을 간직한 동네의 시민문화와 시민정치는 과연 어떨까? 기대했던 대로 도봉구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다. 게다가 주민들의 친환경 의식도 좋았다. 산이 전체 면적의 반을 차지하는 도봉구민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자연과 환경이었다. 도봉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도시햇발)이 눈에 띄는 것은, 이런 도봉구의 자연환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2016년 2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팔아 번 돈 200만 원을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써달라고 자치구에 기탁하기도 한 ‘도시햇발’은 대체에너지를 생산하고, 동시에 지역민을 돕는 일석이조를 실천하고 있었다.

도시햇발의 시작은 초안산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봉구 초안산에 골프연습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초안산을 지키기 위해 격렬히 저항했다. 1997년 본격화한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운동은 진정과 소송 등의 지난한 과정을 겪은 뒤 2010년 7월 도봉구가 공사 터를 사들이는 것으로 매듭지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미 산의 일부가 파괴되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공간을 생태적으로 되살리려는 마음에 생태공원 설립을 건의했고, 구청과 협력해 주민참여형 공원인 ‘초안산 생태근린공원’을 탄생시켰다. 산을 지켜내고, 상처 난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똘똘 뭉친 주민들은 공원을 관리하는 주민 봉사단체 ‘해등나누미봉사단’을 출범시켰다.

봉사활동 차원의 환경운동을 능동적인 태양광발전으로 발전시킨 데는 해등나누미봉사단 설립을 주도하고 활동 아이디어를 내온 두호균 씨의 공이 컸다. 두 씨는 태양광발전으로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지역사회에 되돌려주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두 씨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주민들과 함께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 수익으로 지역 내 에너지 빈곤층을 도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급 태양광발전기 하나를 설치하는 데만 6100만 원이 필요했다. 두 달에 걸쳐 2014년 8월 조합원 1136명을 모으고 자치구의 도움까지 받아 출자금을 마련했다. ‘참여, 환경 복지’를 가치로 내건 최초의 주민참여형 협동조합 ‘도시햇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도시햇발은 2014년 11월 도봉문화정보도서관 옥상에 첫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뒤, 지난해 12월에는 도봉구 누원고등학교 옥상에서 2호기 준공식을 열었다. 도시햇발 이사장을 맡게 된 두 씨는 앞으로 3, 4, 5호기를 계속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통해 주민참여형 지역복지가 도봉구 전체로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거창한 뜻이 있다기보단 그저 이웃과 함께하는 게 좋아서” 일을 시작했다는 두 씨는 도시햇발이 주민들이 직접 설립했고, 함께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역민주주의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자랑으로 들었다. 한마디로 환경, 나눔, 민주주의를 모두 생각하는 시민정치의 모범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초안산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운동부터 도시햇발의 출범까지, 결코 짧지 않은 과정들은 거창한 말보다 실천으로 몸소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공동체의 실천적 활동들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이웃을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하고 나아가 지구를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조현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학생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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