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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로 끓는 지구 지키기!
관리자 | 2025.06.09 10:27 | 조회수 : 15471



"지구가 끓고 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2023, "지구 온난화는 끝났고 이제는 지구 가열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세계 평균기온이 약 1.5도 상승했고, 이로 인한 이상기후와 식량 위기까지 인류의 삶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주범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의 열을 가두는데, 인간 활동으로 그 농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지구 가열 문제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악의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4.4도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기온이 5도 이상 급격히 상승한 시기마다 대규모 생물 멸종이 있었다는 사실은, 현재 상황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생존의 위기임을 말해준다.

 

이를 막기 위한 전략이 '탄소중립'이다.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이며, 이를 위해 에너지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수소(H2) 에너지다. 수소는 사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수소차, 수소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구를 식히기 위해서는 깨끗한 수소가 필요하다. 깨끗한 수소란 사용할 때뿐 아니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물(H2O)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그린수소'가 있다.

 

문제는 그린수소가 아직 매우 비싸다는 점이다. 전기 분해에 많은 전력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의 전기요금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시 전기요금은 전체 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으며, h 50원 이하의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온수전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방식은 700-850도의 고온에서 물이 아닌 수증기를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이론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물 분해에 필요한 전기에너지가 줄어들어, 같은 양의 수소를 더 적은 전기로 만들 수 있다. 비유하자면, 전자레인지로 컵라면을 끓일 때 찬물보다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쪽이 전기를 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말 그대로 끓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끓는 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열도 공짜는 아니다. 고온수전해가 경제성을 가지려면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거나, 기존 고온 열원을 수전해 장치와 연계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끓는 물을 만들되, 가능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은 1세대 고온수전해 기술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석유화학 공장, 제철소, 원자력 발전소의 열원을 활용한 실증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 중이다. 상용화를 향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지금,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연구기관과 기업이 힘을 모아 2세대 기술을 중심의 '한국형 고온수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온수전해 장치 안에서는 지구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조용히 물이 끓고 있다. 이 끓는 물이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최윤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사링크 : [생활속 과학이야기] 끓는 물로 끓는 지구 지키기! < 생활속 과학이야기 < 사외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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