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뒤로

News

탄소 분리·포집과 에너지 생산·공급 함께 ‘매체순환연소’
관리자 | 2025.04.15 09:36 | 조회수 : 17767

금속산화물 산화·환원 반응 이용한 순산소 연소기술
한전, 에기연, 부흥산업사 등 8곳, 산업부 국책과제 수행
세계 최대 규모인 3MWth급 파일럿 플랜트 구축·운영



3MWth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


울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30분을 달려 울산신항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화물을 철도로 수송하기 위한 시설과 공간을 갖춘 화물전용 철도역이다.

울산신항역 맞은편에 넓은 공터가 보인다. 이 공터 끝부분에 우뚝 솟아 있는 대형설비가 보인다. 대형설비 앞에 있는 컨테이너에 명칭이 붙어 있다. ‘3 MWth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

이 시스템은 산업부 국책과제인 ‘가스 발전·스팀 생산 설비 연소 중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주관기관인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을 비롯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서부발전, 한국전력기술, 부흥산업사, 건국대학교, 리드원엔지니어링, 영남대학교 등 총 8개 기관이 참여했다.

해당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대기질 개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스발전 및 가스보일러 사용 확대에 대응이 가능한 친환경 저비용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참여기관들은 해당 사업으로 매체순환연소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가스발전 기술을 개발했다.

매체순환연소기술은 금속산화물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순산소 연소기술이다. 산소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입자를 통해 연료에 순수한 산소만을 공급한다. 산소를 잃은 입자는 이후 공기와 접촉해 산소를 흡수하고 다시 연료에 공급하는 것을 반복한다.



산소전달입자.(왼쪽은 산화상태, 오른쪽은 환원상태)(사진=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이같이 연료와 순산소만 만나기 때문에 공기 중 질소와 반응할 수 없고 연소 이후엔 순수한 이산화탄소만 남아 별도의 분리과정 없이 포집할 수 있다. 특히 화염이 없는 무염 연소로 진행되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연구책임자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류호정 책임연구원은 “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선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와 열을 공급해야 한다. 이는 발전소의 효율을 낮추고 발전 비용을 높인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용 에너지 공급설비를 가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라며 “해당 시스템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가 없는 발전소보단 효율이 떨어지지만 이산화탄소 분리·포집과 에너지 생산·공급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참여기관들은 지난 2021년 매체순환연소 기반 증기 생산 기술 개발에 착수, 2023년 세계 최대 규모인 3MWth급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하고 실증을 진행했다. 300시간 동안 계속운전을 실시, 세계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99.5%의 연료연소효율과 96.6%의 이산화탄소 분리배출 성능을 달성했다.


매체순환연소기술 개념도.(그림=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특히 세계 최초로 매체순환연소기술을 이용해 발전에 필요한 증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도 매체순환연소기술을 실증하고 있으나 아직 증기 생산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규모가 작으면 효율이 높지만 열손실이 많아 증기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규모를 확대하려 하지만 높은 효율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수행기관들은 공정 설계·운영 기술과 산소전달입자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매체순환연소기술을 활용해 증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매체순환연소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매체순환연소기술의 경제성은 기존 100MW급 천연가스 발전 대비 연간 운영 이익은 144억 원, 발전효율은 4%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은 기존보다 30% 절감되며 연간 15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하다.

매체순환연소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원유섭 선임을 따라 설비 옆에 붙어 있는 계단을 오른다. 3층에 도착하니 원통형 장비가보인다. 바로 ‘공기반응기’다.



공기반응기(Air Reactor)와 사이클론(Air Reactor Cyclone).


시스템은 기존 연소반응기를 공기반응기와 연료반응기로 분리한 형태로 제작됐다. 이 중 공기반응기에서는 산소전달입자(금속산화물)에 포함된 금속성분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금속산화물로 산화된다. 공기는 공기반응기 하부를 통해 주입된다. 산소전달입자와 산소가 반응할 때 900°C 이상의 열이 생성되기 때문에 공기반응기의 내화재 두께가 무려 30cm에 달한다.

원유섭 선임은 “공기반응기 하부 옆에 10톤의 산소전달입자를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 빈이 있다. 공기반응기로 들어온 산소전달입자는 고속으로 주입되는 공기에 의해 공기반응기 상부로 이동하면서 산소와 반응해 산소흡수입자가 된다”라며 “즉 공기반응기는 입자와 산소가 반응하는 곳이자 산소흡수입자를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공기반응기 상부로 이동한 산소흡수입자는 사이클론으로 이동한다. 사이클론은 기체와 고체를 분리해주는 장치로, 산소흡수입자는 사이클론에서 기체인 공기와 고체인 산소전달입자로 분리된다. 공기는 열교환기 쪽으로 올라가고 산소흡수입자는 연료반응기 쪽으로 내려간다.

이같은 설명을 들으며 5층에 도착하니 깔때기 모양의 장비가 보인다. 바로 연료반응기다. 원 선임은 “상부가 하부보다 넓은 것은 반응이 일어나면 부피가 커지면서 유속이 더 빨라진다. 유속이 빨라지면 입자들이 날아가기 때문에 유속을 맞추고자 이렇게 제작했다”라고 밝혔다.



연료반응기(Fuel Reactor).


산소흡수입자는 연료반응기에서 공급되는 연료와 반응하면서 순산소를 내어준다. 순산소는 연료 내 메탄(CH₄)과 반응해 이산화탄소(CO₂)와 물(H₂O)을 생성한다. 생성 물질 중 98% 이상이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배출되는 고온가스 안에 있는 물을 응축해 분리한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압축해 액화탄산으로 만들어 저장한다. 물은 시스템 밖으로 배출된다.

연료반응기에서 배출되는 고온가스는 급수를 가열하는 데 사용한다. 급수는 스팀을 생산하기 위해 별도로 공급된다.

가열된 급수는 시스템 상단에 있는 스팀드럼(보일러 상단에 설치하는 물·증기 저장장치)에 저장됐다가 유동층 열교환기로 이동한다. 이때 산소전달입자에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가열해 증기를 생성한다. 증기는 다시 스팀드럼에 저장된다.

이렇게 스팀드럼에 저장된 물과 증기는 공기반응기에서배출되는 고온가스로 가열해 스팀을 생성한다. 스팀은 발전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환원반응을 마친 산소전달입자는 양방향 루프실(Loop Seal)에 의해 일부 입자는 유동층 열교환기에서 열교환을 거친 후 냉각되며 유동층 열교환기를 거치지 않은 입자와 혼합돼 공기반응기로 재순환된다.



연구원들이 유동층 열교환기(FBHE)를 살펴보고 있다.


3MWth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을 둘러본 후 1층으로 내려오니 두 개의 하얀색 탑이 보인다. 이 탑들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만든 액화탄산을 저장하는 용기다. 총 저장용량은 50톤(1기당 25톤)이다. 액화탄산은 이번 실증사업에 참여한 부흥산업사가 활용할 계획이다. 부흥산업사는 해당 시스템을 설치할 부지를 제공했다.

부흥산업사는 3MWth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 옆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동서발전 등과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 개질 플랜트’를 구축했다.

이 플랜트는 기존보다 탄소생성을 크게 억제한 건식개질기술로 이산화탄소를 도시가스와 함께 개질해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합성가스를 연간 8,000톤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약 1톤의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면 약 1.053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부흥산업사는 3MWth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합성가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해당 시스템은 하루 최대 14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포집된 이산화탄소량이 예상보다 적으면 다른 곳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져올 계획이다.

우동욱 부흥산업사 PE팀 선임은 “장기간 테스트를 통해 촉매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합성가스 판매처를 확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초산, 메탄올, 디메틸카보네이트를 제조하는 사업, 일산화탄소 또는 수소를 판매하는 사업,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스팀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 등 다양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부흥산업사의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랜트 오른쪽에 3MWth 매체순환연소 스팀생산 시스템이 설치됐다.



출처 : 탄소 분리·포집과 에너지 생산·공급 함께 ‘매체순환연소’ < 기술 < NEWS < 기사본문 - 월간수소경제

IP : 172.2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