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수소회사 취업했어요!"
오늘날 누군가 수소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고 이야기하면,
그 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하는 데 적잖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배터리 회사'에 취업했다고 하면 스마트폰 배터리를 만드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 산업의 성장으로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수소경제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해법으로 수소가 주목받으면서, 정부와 기업은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연간 2790만 톤의 수소를 모두 청정수소로 전환하고, 이 중 6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수소에너지가 약 33%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소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수소전문기업이란
수소산업 관련 사업 매출액이 전체 매출의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고, 수소 기술 또는 제품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개발·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말한다. 정부는 2021년부터 수소전문기업 지정 제도를 시행해 현재까지 100곳이 넘는 회사를 지정했으며, 2030년까지 6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하고,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수소 산업 생태계
속 수소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전문인력이란 수소산업 전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연구개발이나 실무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정부는 수소융합대학원을 신설하고, 기존 대학원에는 수소 R&D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지정해 수소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연구 중심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동시에 수소 클러스터와 연계된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실무형 교육 거점을
조성하여 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실전형 인재 양성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러한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정부는 2050년까지 약 6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소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전문 인력을 대거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수소전문인력이 진출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는 매우 넓다. 수전해
및 개질을 통한 수소 생산 기술, 액화 및
고압 저장 기술,
배관·운반 시스템을 활용한 운송 기술, 이를 기반으로 한 발전·모빌리티 분야는 모두 수소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나아가 기술 개발뿐 아니라 설치, 운영, 유지관리
등 실무형 인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미 수소 산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단기간 내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수소회사에 취업했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다. 수소차를 타고 수소 발전으로 전기를 쓰는 일상이 펼쳐질 그날, 수소전문기업은 우리의 경제를 이끄는 중심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곧 우리의 친구나 자녀가 다니는 회사가 수소를 다루는 기업이 되는 미래를 얼마나 빨리 맞이할지, 그리고 그 중심에 어떤 기업들이 자리 잡게 될지 주목해볼 만하다.
최윤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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