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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YTN사이언스] (과학의 달인) 겨울철 차가운 냉기, 한여름 냉방에 꺼내쓴다

  • 작성일 2022.10.21
  • 조회수 78042

■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함을 찾다 보면, 지난겨울 한파가 떠오르게 됩니다. '이런 겨울철 냉기를 저장했다가 여름에 꺼내쓰면 어떨까?'라는 생각해보셨을 텐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겨울의 냉기를 여름에 이용하는 열 교환장치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에너지기술연구원 윤영직 책임연구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반갑습니다.

[앵커]
겨울철 냉기를 저장했다가 한여름에 꺼내는 열 교환장치를 개발하셨는데 어떤 장치인지 설명해주시죠.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겨울철 차가운 외기로부터 차가운 열을 얻어서 땅속의 단열이 잘 되어있는 물탱크 내부에 차가운 물 또는 얼음의 형태로 저장했다가 냉방이 필요한 여름철에 다시 꺼내 건물이나 비닐하우스 등의 냉방에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냉방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때 겨울철 차가운 공기로부터 차가운 열을 효과적으로 얻기 위한 열교환 기술이 필요한데요, 우리 연구팀은 겨울철 차가운 공기로부터 외부동력 필요 없이 많은 양의 차가운 열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열교환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실증에 성공했습니다.

[앵커]
한마디로 차가운 냉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쓴다는 건데 이 열 교환장치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건가요?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 팀이 개발한 열교환 장치는 기포, 거품의 자가진동현상을 이용한 신개념 열교환 기술로 길이가 길고, 구불구불한 모세관 튜브와 내부에 낮은 온도에서 상변화가 일어나는 냉매(작동 유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때 튜브의 양쪽에 일정 온도 차가 생기면, 내부에 있는 냉매가 외부동력 없이 매우 빠르게 진동하는 흐름이 발생하여,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열을 매우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겨울철 차가운 공기는 열교환 장치의 고온 부로 흘러 지나가고, 땅속에 설치된 물탱크 내부의 상대적으로 덜 차가운 물은 열교환 장치의 저온 부로 흘러 지나가면, 물탱크 내부의 물은 점점 차가워지면서 차가운 열이 저장됩니다.

[앵커]
외부 동력이 필요 없는 기포자가진동 현상을 이용했다고 들었는데, 이 현상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개발한 열교환 장치의 내부에는 적정량의 냉매(작동 유체)가 채워져 있습니다. 냉매는 모세관현상으로 인해 거품과 액체가 번갈아 나타나는 슬러그-트레인유닛(slug-train unit) 불리는 형태로 분포하게 됩니다. 열교환 장치의 양쪽에 온도 차가 생기면, 내부의 기포가 증발 및 응축 상변화로 인해 팽창 및 수축하면서 기포 옆에 있는 액체를 밀어내고 당기는 힘이 생기면서 기포와 액체가 빠르게 진동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온도 차만 있으면 외부 동력 없이 내부의 기포가 스스로 진동하는 유동이 발생하는데,
이를 '기포자가진동현상'이라고 합니다. 물리적으로 열은 항상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이동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따라서 '기포자가진동현상'을 통해 온도가 높은 온도가 높은 부분에서 온도가 낮은 부분으로 많은 양의 열을 외부동력 없이 빠르게 전달해 우수한 열교환 성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포자가진동현상'을 이용한 무동력 열교환 기술을 실제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나요?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기포자가진동현상'을 이용한 무동력 열교환 기술은 아직 국내외에서 상용화되지 않았고, 실제 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아직은 없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개발한 열교환 장치 시제품을 올해 3월부터 겨울철에 날씨가 추운 강원도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 설치하여 차가운 외기로부터 차가운 열을 확보하여 땅속에 설치된 물탱크에 저장하는 실증실험을 국내 최초로 수행했고, 외부동력 없이 초기온도 약 14℃의 물을 약 4℃까지 약 10도 정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해당 열교환 장치를 이용하여 확보한 차가운 냉열을 여름철 냉방이 필요한 다양한 수요처에 적용할 수 있는데 우선은 개발한 기술을 올해 11월에 완공되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에 완공되는 100평 규모의 딸기재배 유리온실을 대상으로 냉방공급 실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앵커]
동력도 필요 없이 열을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참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술이 상용화돼서 대규모로 사용하게 된다면, 혹시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요?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 기술에 대해 많은 사람이 겨울철에 확보한 차가운 열을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에 보관했다가 꺼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겨울철에 확보한 차가운 열은 별도의 물탱크에 차가운 물이나 얼음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차가운 열을 저장하는 측면에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개발한 열교환 장치의 내부에 채워져 있는 냉매(작동 유체)는 현재 에어컨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냉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냉매가 오존층 파괴 영향은 없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외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규제 대상입니다. 우리 열교환 장치의 경우는 에어컨의 경우와는 달리 냉매를 처음에 한번 채워놓고 나면, 그 이후에 다시 보충해서 채울 필요가 없기에 냉매배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냉매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서 우리 연구팀은 지구온난화영향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친환경 4세대 냉매를 작동 유체로 하는 열교환 장치 개발도 병행하여 진행해나갈 예정입니다.

[앵커]
앞서 외부동력 필요 없는 열교환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기존 국내외에 열교환 장치 기술이 전혀 없었나요?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기포의 자가진동현상을 이용한 열전달 기술은 30년 전에 일본에서 처음 제안된 기술이지만, 내부의 굉장히 복잡한 '기포자가진동현상'에 대한 정확한 물리적 규명 및 최적설계 및 제작기술의 부재로 그동안 국내외에서는 상용화가 되지 못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복잡한 내부 유동 현상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인 현상 규명 및 열교환 해석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에는 불가능하였던 대용량화에 성공하였고, 세계 최초로 열교환기 형태의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유사한 기존 기술로는 히트파이프라고 하는 기술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외부동력 없이 내부에 있는 냉매의 증발 및 응축과정을 통해 열교환이 일어나는 무동력 열교환 장치입니다. 히트파이프 장치는 내부 냉매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장치 내부에 모세관 현상을 일으키기 위한 '윅(wick)'이라는 복잡한 구조체가 필요합니다. '기포자가진동현상'을 이용한 열교환 장치는 기존 히트파이프 장치와는 달리 복잡한 '윅 구조체'가 필요 없이도 우수한 열교환 성능을 가지기 때문에 보다 제작이 매우 쉽고, 저렴하고, 간결한 열교환 기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실제로 어디에 적용 가능할까요?

[윤영직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여름철에 냉방이 필요한 다양한 수요처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 연구팀은 우선 농촌의 비닐온실 및 유리온실과 같은 시설 하우스 냉방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한여름 폭염에 달궈진 하우스 온도는 50~70℃에 육박해 농작물의 생육에 치명적입니다. 폭염을 막기 위해 농가에서는 전기를 사용한 냉방장치에 의존하고 있으나, 한여름 불볕더위에는 한계가 있고 높은 에너지비용은 고유가 시대에 농가에 아주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의 열교환 기술을 적용하여 겨울철의 차가운 열을 여름철에 시설 하우스 냉방에 적용한다면, 기존 전기 냉방방식 대비 상당한 전기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연중 냉방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냉방, 그리고 아파트 및 백화점과 같은 일반 건물의 냉방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앵커]
에너지 효율도 높고 또 생산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열 교환장치' 기술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 다양한 산업 기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영직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31&key=20221020163947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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