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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최우선 해법 ‘Non-CO₂’에 주목하라

  • 작성일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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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최우선 해법 ‘Non-CO₂’에 주목하라

Non-CO₂온실가스저감기술개발사업단 문승현 사업단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우리는 흔히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지목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말고도 지구온난화를 위협하는 온실가스가 6개 더 있다는 사실. 이러한 온실가스를 Non-CO₂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어 자체도 생소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에 가려져 연구개발은 물론 정책적 관심에서도 뒤처지기 일쑤다. 본지는 Non-CO₂ 온실가스저감기술개발사업단 문승현 사업단장을 만나, 왜 우리가 Non-CO₂에 주목해야 하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2013년 9월 본격 출범, 실용화·해외진출이 목표
CO₂ 대비 적은 비용으로 획기적 저감효과 달성

 


Q. Non-CO₂ 온실가스저감기술개발사업단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A.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온실가스, 즉 Non-CO₂ 온실가스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육불화황(SF6),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삼불화질소(NF3)를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3년 9월 출범해 2017년 4월까지 Phase 1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통합관리, CH4 활용기술, N2O 저감기술, F-gas(불화가스류) 저감기술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글로벌탑 환경기술개발사업’ 중 하나로 해외시장까지 타깃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선진기술 국산화를 최종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Non-CO₂온실가스저감기술개발사업단 문승현 사업단장

<사진=박미경 기자>

Q. ‘온실가스’ 하면 이산화탄소를 대부분 떠올린다. Non-CO₂가 왜 중요한 문제인가?
A.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발생량 90%가 이산화탄소고 10%가 Non-CO₂에 해당한다. 발생량 기준으로 보면 이산화탄소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만 저감가능량 관점에서 본다면 입장이 뒤바뀐다. 현재 Non-CO₂는 90%를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는 10%도 채 못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전 세계 약 66%로 많지만 ‘포집-분리-수송-저장(전환)’이라는 시스템 기술이 모두 완성돼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저감가능량도 Non-CO₂보다 적은 편이다.

 

반면 Non-CO₂ 발생량은 약 34%로 적지만 연소나 촉매 등 단일기술만 있어도 적은 비용을 가지고 단기적으로 큰 저감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온실가스도 종류마다 가치가 다르다.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가 얼마나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나타낸 것을 지구온난화지수(GWP)라고 하는데 ‘CO₂=1’로 했을 때 메탄은 21, 아산화질소는 310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Non-CO₂는 이산화탄소 온난화지수와 비교해 최소 21배부터 최대 2만3900배나 강하다. 따라서 이런 온실가스를 파괴했을 때 얻는 저감효과는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기술적으로 줄이기가 쉽고 경제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감가능량(잠재량) 관점에서 접근하면 Non-CO₂가 훨씬 중요하다.

 

Q. 이산화탄소 저감기술 개발에 연구가 많이 치우쳤을 것 같은데?
A. 대부분 연구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Non-CO₂가 등한시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2007년 ‘폐자원에너지화 및 Non-CO₂ 온실가스 사업단’이 있었는데 폐자원과 Non-CO₂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다보니 무게중심은 폐자원에너지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산발적 연구가 계속 이뤄지다가 최근 들어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3년 우리 사업단이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Q.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A.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발생되는 CH4를 정제해 도시가스, CNG 차량, 발전 등에 적용 가능한 고농도, 고품위 바이오메탄 정제기술을 확보해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반도체 생산 공정 내 F-gas 전처리 장비를 납품하는 등 국외에 약 60억원 정도 매출 성과를 거뒀으며 Phase 1 사업의 기술개발이 종료되는 내년 후반기부터는 더욱 활발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다른 국가는 Non-CO₂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A. 일찍이 청정개발체제(CDM) 시범사업을 시작했던 영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및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CDM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국가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온실가스 모니터링 및 DB화 연구를 진행해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다.

 

매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기술수준을 평가한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 5개 국가를 대상으로 기술수준을 비교해서 제일 앞선 나라를 100으로 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는 것이다. Non-CO₂ 저감기술은 유럽의 기술수준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미국과 일본이 비슷한 기술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고 기술보유국 대비 75~80% 수준으로 약 4~5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Q.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술수준이 뛰어나다. 이유는?
A. Non-CO₂는 단위기술만 있으면 충분히 저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 또한 기존에 있는 기술로서 Non-CO₂에 적용할 때의 문제점만 해결하면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이 용이하고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다.

 

Q. 사업단 연구진행 과정 중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A. Non-CO₂는 먼저 적용해 저감시켜야 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지나치거나 소외돼 왔다. Non-CO₂ 저감기술이 실제로 실행·보급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관심이 굉장히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파가 잘 되지 않아 아쉽다. 또한 대부분의 Non-CO₂는 규제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감축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온실가스 저감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규제가 아니다 보니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와 닿지 않는 감이 있다.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준다던지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서 저감실적을 냈을 경우 국내 유입을 최대화하는 제도와 탄소배출권거래제도에 Non-CO₂ 저감 실적이 적극 반영될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대상으로 사업단은 ‘Non-CO₂’ 저감기술

해외로드쇼를 진행해 한국의 우수기술을 알렸다.

Q.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에서 Non-CO₂ 저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A.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원론적 얘기는 정말 많이 나온다.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이 부분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이제는 액션 플랜으로 넘어가야 한다. 원론적인 얘기에서 떠나 좀 더 쉽게, 비용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순서를 생각해봐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절약이 우선이다. 두 번째가 에너지 효율적인 고효율 기기를 많이 도입하고, 세 번째는 신재생에너지의 전환이다. 이 모든 순서를 거친 다음에 제일 마지막에 적용되는 게 저감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Non-CO₂를 먼저 저감하고 장기적으로 CO₂를 줄여나가는 게 맞다. CO₂가 감당하는 부분을 Non-CO₂가 최소화시키고 부담을 나누는 것이다.


Non-CO₂ 먼저 줄이고 장기적으로 CO₂ 저감해야
법·제도적 정비, 정책 도입과 활용 시급

 

Q. 그동안에 대한 평가와 다음 사업은 어떤 점에 주안을 둘 것인가?
A. Non-CO₂ 자체의 인식을 제고하고 핵심기술 개발 및 해당기술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렸다면 이제는 실용화다. 부족한 기술은 추후 계속적으로 개발하되 무게중심이 실용화에 있어야 한다.

 

우리 사업단은 환경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과제이므로 정부정책과 연계한 과제 발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이 반도체, LCD와 가전제품을 비롯한 전자산업, 자동차, 선박, 냉동기기류 및 화학제품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Non-CO₂ 배출처는 매우 다양하며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6월 열린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2016’에서

사업단은 환경R&D 성과 소개에 나섰다. <사진=환경일보DB>

Phase 2(2021년 4월까지)에서는 그동안 개발해 온 기술들을 ‘규모 확대(Scale-up)’ 하거나 관련 기술을 융합해 현장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고려하고 있다. 사업단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중소기업이므로 기업은 기술개발을 통해 회사를 확장시키거나 인력을 창출함은 물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과제 발굴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Q. 기타 당부의 말이 있다면?
A. Non-CO₂는 온실가스 저감의 굉장히 강력한 수단이지만 아직까지 인식 전파가 안 돼 있다. 정책입안자들이 Non-CO₂ 저감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과 활용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Non-CO₂를 저감해서 이산화탄소의 부담을 줄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또한 Non-CO₂ 저감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예를 들면 산업·상업용으로 막대한 양이 배출되는 냉매 물질은 회수 자체도 시스템이 아직 온전히 갖춰져 있는 상태가 아니다. 냉매를 회수해야 한다는 것만 규정돼 있지, 안 했을 때 어떻게 되고 이런 부분은 없다. 이렇다 보니 산업이 안 만들어지고 기업들은 필요성을 못 느끼고, 고용창출도 안 된다.


누락된 배출원에서 나오는 Non-CO₂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과 더불어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모든 종류의 Non-CO₂를 발생시키고, 사용하고, 감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 사업단처럼 Non-CO₂ 저감이라는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Non-CO₂ 온실가스저감기술은 단위기술 개발만으로 단시간에 높은 저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에 최우선적 수단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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