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영하 160도에서 700도까지'···출연연, 中企 에너지 되다

  • 작성일 2020.02.17
  • 조회수 25216


'중소기업 조력자' 출연연 새로운 역할 본보기
中企, 에너지연 플랫폼연구실에 기술 시험 의뢰
3년간 4529건 신청···잠수함·플랜트 등 업종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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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연 플랫폼연구실에 있는 GHP(Guarded Hot Plate) 장비에서 단열 성능 평가가 이뤄진다. <사진=김인한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플랫폼연구실. 원통 모형으로 생긴 시험 분석기를 열자, 연구실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소재가 열을 잘 견디는지 확인하는 GHP(Guarded Hot Plate) 분석기가 시험을 마친 직후였다. 소재 단열 성능 확인을 위해 온도 대역을 영하 160도에서 최대 700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장비다. 국내에는 3대밖에 없는 장비로, 다수의 중소기업이 시험 분석을 의뢰하고 있다. 잠수함 부품 제조업체, 플랜트 배관 제조 업체 등 기업 면면도 다양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역할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에너지연이 중소기업 장비지원 요구에 새로운 본보기가 되고 있다. 출연연이 지닌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중소기업 조력자로 변모하고 나선 것이다. 기업은 기술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고, 출연연은 새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상호 '윈-윈'이다.

최근 3년간 플랫폼연구실에 기술 시험분석을 의뢰한 기업·기관 건수만 4529건이다. 에너지 환경 기술 관련 연구를 위해 필수적인 시험분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실제 실험을 모사하는 계산과학을 활용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공정 설계, 분석도 진행 중이다. GHP는 그중 하나로, 다수의 기업이 시험 분석을 의뢰하고 있다.

최승욱 에너지연 플랫폼연구실 선임기술원은 "영하 160도에서 최대 700도까지 고객이 원하는 온도 대역에 맞춰 단열 성능을 측정하는 장비로 국내에선 3대밖에 없다"라며 "국내 첫 장비로 초기에 단열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시험 의뢰를 해서 결과를 가져갔고, 지금까지 거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HP는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는 특성을 활용한다. 장비 내부에 플레이트(받침대)가 3개가 있는데, 가운데 플레이트가 기준이 된다. 예컨대, 중간 플레이트 온도를 200도로 설정하면 위·아래 플레이트 온도는 180도를 설정하고, 열의 이동을 만든다. 열 전달·대류·복사 과정에서 제품의 소재가 열을 잘 견디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계산과학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국방·에너지 기업도 에너지연과 적극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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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선임기술원(우)과 김예진 선임기술원(좌)이 GHP 장비의 메커니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경남 밀양에 있는 조선기자재 제조업체 삼건세기는 지난해 에너지연 GHP 분석 의뢰만 11번 했다. 삼건세기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폴리우레탄(PUR·Polyurethane)을 활용해 잠수함 단열재를 만들었다. 개발한 단열재는 잠수함 배터리에 연결되는 배관을 감싸는 데 활용된다. 잠수함은 심해에서 극저온 환경에 직면하기 때문에 배관 단열이 필수적이다. 이에 삼건세기는 해외에 의존하던 기술을 대우조선해양과 공동 연구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박환성 삼건세기 상무는 "기술을 국산화했다고 하더라도, 단열 시험 테스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납품 자체가 안 된다"면서 "3년 동안 기술개발한 결과를 에너지연에서 빠르게 전달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에너지연은 지역 기업과도 호흡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소재 아마쎌지오스에어로젤스는 플랜트(공장)에서 사용하는 고온 파이프를 감싸는 단열재를 생산한다. 차세대 신소재인 에어로젤은 열에 강해 단열 성능이 좋다. 이를 활용해 플랜트 파이프 단열재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연 GHP 분석기를 활용했다.

이문형 아마쎌지오스에어로젤스 연구개발과장은 "단열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어로젤뿐만 아니라 기타 첨가제가 들어간다"면서 "온도 영역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 레시피 별로 단열 성능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업의 기술한계 해결하는 동반자···언제든 문 두드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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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덕환 에너지연 플랫폼연구실 실장과 최승욱 플랫폼연구실 선임기술원. GHP 분석기 앞에서 정전기 방지용 작업복을 입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에너지연은 정부의 '연구기반 공동 활용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출연연 연구 장비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이용료 3을 부담하면, 나머지 7을 중소벤처기업부가 부담하는 제도다. 출연연과 기업 협업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최승욱 에너지연 선임기술원은 "에너지연 기술을 신뢰해 기업에서 먼저 협업하자고 제안할 때,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오픈 마인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김덕환 에너지연 플랫폼연구실장은 "연구실 비전은 연구자들이 협업하는 문화를 저희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연구자별로 성향이 달라서 협업하라고 하면 잘 안 될 수 있지만, 이런 연구장비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기업의 애로 기술을 해결해주는 연구실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에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향후 '연구기반 공동 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면 제도의 효용성과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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