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전자신문] '폐플라스틱 재활용' 함께 나아가야 할 길

  • 작성일 2021.12.27
  • 조회수 8115

[김두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폐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진 형태인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와 우리 식탁을 위협한다. 국제 연구진에 따르면 0.05~0.5미세 플라스틱이 사람 대변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물질, 화학적, 열적 재활용으로 구분한다. 물질 재활용은 세정된 폐플라스틱을 파쇄해 플라스틱 원료로 다시 사용하거나, 재생섬유로 전환한다. 이물질이 적고 단일성분 플라스틱은 물질 재활용이 가장 바람직하다.

 

식품 포장용 비닐은 습기 차단, 접착, 산소 차단을 위해 다층 구조로 만든다. 이러한 복합재질 플라스틱은 화학적 또는 열적 재활용이 유리하다. 화학적 재활용은 열, 촉매, 용매 등을 이용하여 폐플라스틱을 단위체로 분해 및 정제해 화학원료나 액체연료를 생산한다. 열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직접 연소하거나 고형 연료를 만들어 열을 회수한다. 유럽에서는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이 아닌 에너지 회수로 분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재활용률이 유럽보다 높게 나타난다.

 

재활용 기술은 몇 가지 걸림돌에 직면해 있다. 플라스틱의 튼튼한 내구성과 저렴한 가격은 재활용 측면에서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분해가 힘들며, 새 제품이 재활용품보다 훨씬 저렴하다.

 

매립과 소각에 대한 규제도 재활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8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와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매립을 금지한 EU 국가는 총 27개 가운데 8개국(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룩셈부르크, 벨기에, 핀란드)뿐이다. 유럽에서도 폐기물의 23%는 매립된다. EU2030년까지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 폐기물 매립을 금지할 계획이며, 주변 나라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의 경우, '2019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서 폐기물 재활용률은 무려 86.6%로 나타났다. 폐기물 재활용은 수거-선별-재활용 3단계를 거치며, 재활용 통계는 선별업체에 반입된 총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선별업체가 재활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폐기한 플라스틱이 재활용으로 집계되기도 한다.

 

재활용 사업은 여러 단계로 구성돼 있어 '지방자치단체' '폐기물 처리 업체' '대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가와사키시, 쇼와덴코, 도큐레이호텔이 호텔 일회용품을 가스화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로 연료전지를 만들고 전기로 전환해 호텔 조명이나 난방에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제주시, 제주클린에너지, SK이노베이션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가지고 석유화학제품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규모가 작은 사업이지만, 여러 기관이 협력한 재활용 사업 모델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재활용에 대한 여러 연구와 사업이 진행됐지만, 시장에서 자생한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값싸고 튼튼하게 지어진 아파트를 세척, 분해, 분류해 다시 아파트를 짓는 것은 비용 및 품질 면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순환경제를 위해서는 재활용 기술뿐만 아니라 생산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법적인 규제와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소비자도 친환경 기업 및 제품이 자생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www.etnews.com/20211226000048

프린트 돌아가기

전체 262건의 게시물이 조회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에너지硏, 폐플라스틱을 자원화하는 '플랜트' 대상전기硏, 난청 극복 인공와우(달팽이관) 기술도 호평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미래기술 경연이 12일 서울 중구 …
2023.04.13
지난 20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분산에너지법)’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2021년첫 발의 후 치열한 토론과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조율한 법안인 …
2023.03.23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상)온실가스 감축·신재생에너지 확대·에너지효율 향상은 2050 탄소중립시대를 열기위한 지상과제다. 지난 20…
2023.03.06
2017년부터 기획, 올해 알파 버전 공개내년까지 실증...2025년 본격 서비스[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STED를 통해 열에너지 산업 부문 중소·중견기업들의 기…
2023.02.15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일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빠른 전…
2023.02.09
2050년 건물부문 탄소중립 방향전세계 온실가스 절감 연구·정책 활발탄소중립 기술개발·실행 계획 마련해야[투데이에너지]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러 문제가…
2023.01.03
정부는 지난달 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공청회에서 2030년 발전원별 비중목표를 제시했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의 발전부문 목…
2023.01.02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세계 각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그…
2022.12.19
수소시장 태동기 지나 곧 개화기, 폭발적 성장 기대생산·저장·운송 기술 뒤처지지만 활용은 최고 수준패스트팔로워·퍼스트무버 전략 병행으로 승부해야무엇보다…
2022.12.06
[박정호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지구 온난화 문제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예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 …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