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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세계 여는 숨은 열쇠… 값싼 ‘촉매’를 찾아라

  • 작성일 2017.04.21
  • 조회수 44490

신재생에너지 세계 여는 숨은 열쇠… 값싼 ‘촉매’를 찾아라

 


 

첨단 촉매 기술’ 개발 각축

 

 

화학공학자들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로 1907년 독일 과학자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암모니아 대량생산법’을 꼽는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촉매’다. 공기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소를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수소와 반응시키면 암모니아가 생겨나는데, 하버는 여기에 산화철을 촉매로 넣어 암모니아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하버는 이 연구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렇게 생산된 암모니아는 합성비료 생산에 쓰여 지구 식량난 해소에 일조했다. 화약과 로켓연료, 의약품 제조 등 수많은 분야에 두루 쓰였다. 지금도 암모니아는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화학물질이다. 화학공학, 특히 석유화학 발전을 이끈 숨은 공신은 촉매 기술이었다. 원유를 정제하고,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각종 합성수지, 포장재, 자동차 내외장재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산업은 촉매 없이는 유지가 어렵다. 

20세기를 이끌었던 촉매 기술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수소에너지 생산, 고효율 연료전지, 고효율 에너지저장장치 개발 등에 촉매가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학 및 신소재 연구자들이 너나없이 ‘첨단 촉매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 귀금속 대체 물질 개발 각축전
 

보통 화학 공정엔 철이나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 일반 금속 재료를 촉매로 많이 쓴다. 백금이나 팔라듐, 이리듐 등 고가 금속을 사용하면 성능이 더 좋기는 하지만 저가 금속을 적절히 조합해도 대량생산에 필요한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고가 금속이 필수적으로 쓰인다. 신생 기술이다 보니 관련 촉매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자들은 고가 금속 사용을 최소로 줄이면서 효율은 최대로 높인 촉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비싼 귀금속 촉매를 효율적으로 대체할 신물질을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미래형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수소는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얻을 수 있다. 이때 구리나 철보다 백금을 촉매로 이용하면 수십 배 효율이 높다. 투입되는 전기 역시 크게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백금 촉매로 대용량 수소 생산 공정을 만들려면 순수 백금만 450kg 이상이 필요해 촉매 재료비로만 40억∼50억 원이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백금 등 귀금속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 가격은 낮출 수 있는 대체물질 개발에 관심이 쏠린다. 신현정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팀은 구리 필름 위에 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단위로 가공한 황화몰리브덴(MoS₂) 입자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백금에 필적하는 새로운 수소생산용 촉매를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3월 3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신 교수는 “백금만큼의 효율을 가진 촉매 재료는 없을 거라 여겨졌지만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여러 면에서 우수한 점이 많다”며 “가격도 백금의 100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어 수소 실용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내구성 늘리고 효율 극대화 “어떻게든 아껴라”

경우에 따라선 백금 등 귀금속 촉매를 대체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고가 촉매를 최대한 아껴 사용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촉매는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 조금씩 효율이 떨어져 결국 폐기해야 하는데, 이 사용 기간을 최대한 길게 만들어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다. 고가 금속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면서 비슷한 효율을 얻는 방법 개발에도 관심이 높다. 촉매 입자를 최대한 곱게 갈아 표면적을 넓히거나, 각종 합금을 섞어 효율을 최대화하려는 시도다. 

김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융합소재연구실 연구원팀은 2016년 9월 국내 KAIST 및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성능과 내구성을 최대화할 새 합금촉매 합성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코발트 합금촉매를 합성한 결과, 기존 촉매에 비해 연료전지용 백금 사용량을 5분의 1 이하로 줄이면서도 성능은 6배 이상 높였다. 이 성과는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새로운 촉매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세계 촉매 시장의 규모는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가 독점하고 있다.

박종혁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촉매 기술은 세계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적극적 연구개발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407/83736768/1#csidx2ad9b673ef36233a2a5f8934b27c8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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