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최원석(과학 컬럼리스트) 쓰레기로 뒤 덮인 지구에 혼자 남아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재활용 로봇 월E. 애니메이션 <월E(WALL-E, 2008)>는 인간들이 마구 버린 물건들로 인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 버린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간들은 쓰레기로 인해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되자 재활용 로봇 월E만 남겨 두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지구를 떠나 버린 것이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문제는 단지 이것이 영화 속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거다.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해 해마다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하며, 에너지화 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물질순환과 폐기물 생활이나 산업에서 더 이상 쓸모없어 버린 것을 지칭하는 용어인 폐기물. 하지만 폐기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용어이자 문제이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폐기’라는 것은 ‘인간에게 더 이상 활용가치가 없다’는 것으로 순전히 인간 기준의 인위적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자연에는 폐기물이 존재하지 않을까 ? 물론 자연에도 폐기물이 존재하지만 자연은 그것을 폐기물이 아닌 부산물로 처리한다. 이는 녹색식물의 광합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이유는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인 포도당을 얻기 위한 것이며, 이때 발생하는 부산물이 산소다. 산소는 광합성 과정에서 생산되는 폐기물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질로 재활용된다. 그래서 산소는 폐기물이 아니라 부산물인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은 생명활동 과정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의 물질로 변할 뿐이다. 유기물은 생물의 활동과 더불어 탄소순환 과정을 거쳐 꾸준히 이동하게 된다. 즉 한 생물의 대사 활동이나 죽음으로 인해 생긴 물질은 다른 생물의 대사 활동이나 구성 물질로 활용되는 것이다. 부산물 중 인간의 것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연이 처리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과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레기의 문제는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현대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 문제는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이 마을을 형성해 생활하면서 생긴 아주 오래된 문제다. 유적지인 패총(조개무지)은 사실 아주 오래된 쓰레기장 일뿐이다. 패총을 통해 신석기인의 생활상을 추측해 볼 수 있으니 소중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패총은 원시시대부터 폐기물의 분리와 처리가 고민거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개껍데기처럼 공동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쓰레기를 한 군데 모아놓지 않으면 생활의 질이 그만큼 떨어진다. 그래서 패총은 신석기 시대에도 공동생활 규칙이 있었고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나름 고민한 흔적인 셈이다. 폐기물도 모으면 자원 쓰레기 문제가 이렇게 오래된 것이었으니 관련법도 일찍부터 등장했다. 고대 중국 은나라에는 길거리에 재(灰)를 버리면 사형에 처하거나 손목을 자를 만큼 무서운 법이 존재했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렇게까지 강한 처벌을 하지는 않지만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강제적 조치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폐기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폐기물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활용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으로 봐야 한다. 일단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게 되면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찾을 수 있게 된다. 폐기물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쓰레기 재활용처럼 물질로 재사용하는 방법과 에너지화 시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쓰레기 재활용만 자원 낭비를 막는 것이라 여기지만 반듯이 그렇지만은 않다. 폐기물을 에너지화 하는 것도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인 방법이 된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아직까지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소각로에서 연소시켜 열에너지를 얻는 방법과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화학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가스. 주로 철강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며 주성분은 메탄이나 수소)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 가스는 산업현장에서 이미 회수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소각로다. 소각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친환경 소각로를 갖춘 소각장조차도 건설이 쉽지 않다. 하지만 소각은 매립에 비해 장소를 적게 차지하고 소각 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방법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비중 차지 폐기물이라고 모두 에너지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폐기물은 여러 가지 물질들이 뒤 섞인 혼합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기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성분별로 분리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분리 후에도 폐기물 종류별로 에너지로 변환하는 방법도 다른데, 성분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 상태의 연료로 만든다. 고체폐기물은 분쇄 후 밀도나 자성 등 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분리한다. 이렇게 성분별로 분리하여 불에 잘 타는 폐합성수지, 폐지, 폐목재 등의 가연성 폐기물은 폐기물 고형연료(RDF, Refuse Derived Fuel)로 만든다. 고형연료(RDF)는 유리나 금속처럼 불에 잘 타지 않는 성분은 제거한 후 분쇄, 건조, 성형 등의 가공 과정을 거쳐 펠렛(Pellet) 형태로 만든 연료다. 폐타이어나 플라스틱의 경우 열을 가하면 고분자(분자량이 1000이상의 큰 분자) 사슬이 끊어져 저분자 물질로 된다. 이를 열분해 유화 공정이라고 하는데, 저분자 물질이 되면서 고체 물질이 액체 상태의 연료가 된다. 또한 부분 산화나 수증기를 반응시키는 가스화 공정을 거치면 분자량이 작은 일산화탄소(CO)나 수소(H2), 메탄(CH4)과 같은 기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분자량(분자의 질량)이나 물질의 화학결합이 변하면 고체뿐 아니라 액체나 기체 상태의 연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유기성 폐기물의 경우에는 미생물 발효를 이용해 처리하기도 한다. 하수처리장이나 축산 분뇨에서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쓰레기를 매립한 매립장에서는 매립가스(LFG, Land Fill Gas)가 발생한다. 매립가스(LFG)는 유기성폐기물이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한 연료다. 과거 서울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난지도 매립장에 매립 했는데, 제대로 된 오염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은 탓에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매립장 부지 확보가 어려운 것에 대해 주민들의 이기심만 탓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생매립지의 경우에는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메탄가스를 생산하여 발전이나 주택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친환경시설이다. 문제는 매립지에서 가스가 발생하려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유기성폐기물이 풍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음식물이나 종이, 목재, 섬유와 같은 쓰레기가 많을수록 메탄가스를 얻기 쉽지만 음식물 분리수거 이후 쓰레기에 음식물의 양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금속이나 유해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쓸 수 없는 폐유도 재활용할 수 있다. 폐유라고 불리지만 여전히 성분의 대부분은 기름이다. 따라서 황산이나 인산암모늄 등의 화학물질을 첨가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면 다시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폐유를 감압 증류(끓는점의 차이를 이용해 화합물을 성분 별로 분리 하는 방법)하거나 고온열분해(화합물을 열을 이용해 다른 물질로 분해하는 방법) 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폐유는 버리면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다시 연료로 사용하면 그만큼 환경을 살리는 일이 된다. 아직도 폐기물이 쓰레기로 생각 되는가?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폐기물에너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폐기물을 쓰레기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