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너지 뉴노멀

그린수소로 에너지전환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2023-10-30 11:07:55 게재

미국 유럽 등 자체 인프라 투자, 다양한 산업과 연계 가능 … 기존 설비 활용해 미래 에너지안보 문제 해결도

수소경제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제 사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그린수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린수소는 수력 조력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과정을 거쳐 생산된 수소다. 수전해는 정제된 물(순수)에 전력을 공급해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26일 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에너지믹스 문제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로 무게중심이 실릴 것"이라며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가져올 때 경제성이 얼마나 되는지 기본부터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해외 수입분과 국내 생산량을 어떤 비중으로 배분할지를 잘 따져야 하는데 좀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수소 수입에만 의존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7월 '안산 시화 풍력 기반 그린 수소 실증 연구사업'에 들어갔다. 안산 수소 인프라 시설이 구축되면 그린수소를 하루 최대 244kg 생산할 수 있다. 사신은 대부도 초입 방아머리에 있는 풍력발전. 사진 이의종


지난 13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7개 청정수소 허브 선정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수소허브에 각각 7억5000만∼12억달러, 총 70억달러의 연방 예산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의 2030년 청정수소 생산 목표치의 30%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도 자체 수소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중소·중견기업 선제적 체질 개선 필요 =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수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코트라의 '스타트업 기술력에 힘입어 성장하는 미국 수소경제 밸류체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은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을 발굴해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가장 주목하는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은 수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전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연간 12조달러로 추산된다.

수소 산업은 특성상 수많은 소재와 부품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산업 창출 기회도 다양하다. 협력 부품업체가 많고 수소 생산-저장 및 운송-활용 등의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스타트업 기술력에 힘입어 성장하는 미국 수소경제 밸류체인' 보고서에서는 "기술력 있는 미국의 글로벌 수소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역량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들도 체질을 선제적으로 개선하고 기술력으로 수소 산업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다 보니 가격경쟁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6일 김병용 테크윈 팀장은 "수전해 설비가 초기 개발 단계라서 밸브나 부품 등을 해외에서 사다가 쓰는데 다른 제품들에 비해 단가가 높다"며 "아직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않았고 국내법과 시장 현실이 다른 점들이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향후 시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수소허브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10년 안에 청정수소 생산 비용을 80% 떨어뜨려 kg당 1달러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정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소수력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실증시설을 경기도 성남정수장에 선보였다. 사진 맨 앞줄 왼쪽에서 2번째가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성남정수장에 첫 그린수소 실증시설 = 한국수자원공사가 그린수소 조기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그린수소 실증사업 2건과 국가 연구개발(R&D)에 참여 중이다. 그린수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재생에너지와 고순도 물생산 인프라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신시장을 열 방침이다. 그린수소 생산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전문기관과 함께 공동연구를 통한 기술 역량을 높이고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산 고효율·대용량 수전해 기술(알칼라인) 개발 촉진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할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경기도 성남정수장에 소수력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실증시설 설치를 마쳤다. 민관 합동으로 그린수소 생산부터 유통 활용 등 전주기 구축을 추진하는 게 특징이다. 성남 광역정수장에는 팔당호 취수원에서 정수장까지 물이 보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압을 활용한 0.35MW 규모의 소수력 발전기기 2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재생에너지로 정수장의 물을 전기분해해 하루 약 188kg의 그린수소(연간 약 69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하루에 수소차 40대(승용자동차 기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사업에는 기후대응기금 예산 30억8000만원과 한국수자원공사 예산 13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정현범 한국수자원공사 기후탄소사업처 그린수소사업부장은 "한국수자원공사는 그린수소 생산에 필수재인 전력과 물을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국내 1위 기업이자 물 관리 전문 공공기관으로, 보유 중인 최적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최초 소수력기반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실증시설을 준공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국가 청정수소 보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정수장은 민관 합동으로 그린수소 생산 유통 활용 등 전주기 구축을 하는 게 특징이다. 사진은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실증시설 조감도.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밀양댐 활용, 부울경에 그린수소 공급 = 한국수자원공사는 지역 거점 중심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분산에너지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역할을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안산 시화 풍력 기반 그린수소 실증연구사업'을 착공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일원에 있는 시화 풍력발전기를 이용해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1MW급 수전해시설로 풍력(3MW)을 활용해 하루에 그린수소 244kg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하루에 수소차 50대(승용자동차 기준)를 충전할 수 있는 분량이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그린수소도 최초로 공급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말까지 밀양댐(1.3MW 규모) 소수력을 활용한 '밀양댐 소수력 활용 그린수소 시범사업'의 기본구상과 설계를 마칠 방침이다. 2025년까지 0.7MW급 수전해시설을 구축한 뒤 그린수소 184kg/일(하루 수소승용자동차 약 37대 충전)를 생산할 계획이다.


용어 설명
그린수소 =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 등으로 나뉜다. 그레이수소의 경우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물에 함유된 수소를 추출한다. 전세계 수소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제거한 경우다. 핑크수소는 원자력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한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한 수소다.
소규모 플랜트로 동일 장소에서 생산하고 활용되는 수소는 'On-site형-현지생산'으로 분류된다. 대규모 플랜트에서 수소를 생산해 운송·공급하는 경우는 'Off-site형-중앙공급'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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