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면 기름 나오는데 태양광은 왜?…중동은 ‘에너지 전환’ 중

입력 2024.02.21 (06:04) 수정 2024.03.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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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이라는 나라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잘 모르신다면 키워드 첫 번째, 오만은 중동에 있는 국가입니다. 둘째, 그리고 산유국입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일반적인 '중동 산유국'의 이미지, 예를 들면 광활한 사막이나 쨍쨍 내리쬐는 햇볕, 그리고 콸콸 쏟아지는 석유와 '오일 머니'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반전 키워드가 있습니다.

KBS 취재팀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오만 정부의 초청을 받아 현지를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오만의 경제특구라는 두쿰 지역에, 오만 최대 정유시설이 문을 여니 취재하러 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같은 우리 기업들도 건설에 참여를 했고, 이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회사는 오만과 같은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인 쿠웨이트에서 지분을 투자해 만들었습니다. 개소식은 오만과 쿠웨이트 국왕이 모두 참석할 정도로 중요한 외교 행사였습니다. 중국과 튀르키예, 인도, 이집트 등 많은 외신이 찾아와 취재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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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익히 아는 '중동 산유국'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취재팀이 오만을 찾은 더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마지막 반전 키워드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신재생 에너지'입니다.

■ "태양광 발전소 하나가 분당 3분의 1 크기라고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170km, 대략 두 시간 달리면 '마나'라는 지역에 닿습니다. 차를 타고 무스카트를 벗어나니, 주변이 온통 거대한 돌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돌산은 온데간데없고 그야말로 광활한 평지가 나타났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사무실로 쓰는 낮은 가설 건물 뒤로 드넓은 맨땅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태양광 발전소 부지 면적이 우리나라 분당의 3분의 1 정도 됩니다. 축구장으로 따지면 1,200개 정도, 태양광 패널은 100만 개 정도 들어갑니다."

이 마나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는 문학성 한국서부발전 해외사업실 차장의 말입니다. 전력 생산량으로 따지면 500MW(메가와트)규모입니다. 서부발전은 이 발전소를 내년 완공해 30년 동안 생산한 전기를 오만에 팔 계획입니다.

그런데 서부발전은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로 석탄과 LNG를 이용한 화력발전이 주력 사업입니다. 왜 중동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걸까요?


일단, 저렴합니다. 굉장히 넓은 부지를 갖고 있는 데다가 해가 강하고 깁니다.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흐린 날, 비오는 날 등을 제외한 일조량은 하루 평균 3~4시간에 불과하지만 오만은 8시간에 달합니다. 그래서 발전 단가가 국내 10분의 1 수준입니다.

문 차장은 "국내에선 태양광 설비를 늘리기엔 한계가 있었고, 우리는 국내에선 발전소 운영 노하우가 있는 반면 중동 내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해서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까지 넓혀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럼 발전 공기업이 수소를 만드는 이유는 뭔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문 차장은 "2030년에는 저희가 '혼소' 발전을 해야 해서, 세계적으로 어느 지역이 좋을까 검토해봤는데 중동 지역이 좋게 나오더라"고 말했습니다. 혼소 발전은, 지금까지는 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었다면, 여기에 일정 비율 수소를 섞어 탄소배출을 줄이는 발전 방식입니다. 탄소중립 달성 등을 위해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한 내용입니다.

새로운 에너지로 떠오르는 수소엔 여러 '색깔'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라고 부릅니다. 이 반대편에 있는 게 요즘 많이 들어보셨을 '그린 수소'입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탄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청정한 수소라는 거죠. 그렇게 수소를 만들려면 발전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바로 그래서 태양광 발전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태양광 발전 사업 경험을 토대로 궁극적으론 그린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부발전은 최근 UAE에서 오만 마나 규모의 3배인 1.5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앞으로 오만에서 추가로 나올 그린 수소 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그린 수소, 왜 거기까지 가서 만드나요?

오만 현지를 취재해보니 오만의 그린 수소 사업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포스코홀딩스와 삼성엔지니어링, 한국남부발전과 동서발전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오만 두쿰경제특구 근처 알 우스타 지역에서 진행하는 그린 수소 생산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아까 마나의 태양광 부지는 분당 면적의 3분의 1이라고 했죠? 이 그린 수소 부지는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습니다.


여기서 47년 동안 만들게 될 그린 수소는 연간 22만 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나라로 들여와 사용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 컨소시엄에 남부발전과 동서발전 같은 발전사들이 참여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서부발전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논리와 마찬가지로, 이 부지에서도 발전사들은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해서 만든 그린 수소로 추후 국내 저탄소 발전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철로 유명한 포스코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그린 수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상섭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리더의 설명입니다.

"포스코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수소환원 제철'이라는 공법이 있습니다. 원래는 철광석에서 철을 떼내기 위해선 석탄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 대신) 수소를 쓰면 탄소배출량이 줄어들어서 포스코 입장에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스코 그룹의 철강 쪽에선 환원제로써 수소를 쓰는 거고, 발전소에선 연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우리 입장에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값이 싼 만큼, 이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만들면 머나먼 중동에서 물류비를 들여 가져오더라도, 더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대규모 항만이 있는 두쿰경제특구와 가까운 곳입니다. 생산 시설에서 바로 해상 운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인 거죠.


■ 산유국들이 왜 이럴까?…중동은 '반전'을 고민 중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해외 건설도 수주하고, 에너지도 값싸게 들여와 좋은 상황입니다. 오만 뿐 아닙니다. 많은 중동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현지와 국내에서 만난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최근 (중동의) 경향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앞서 소개했던 정유 플랜트 같은 석유나 화석연료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됐다면, 이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입찰이 활발하고, 치열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오만이 신재생에너지에 적극적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땅을 파면 기름이 나오는 '석유 경제'의 산유국들이 신재생에너지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정된 매장량과 그에 비해 높은 의존도 때문입니다. 오만 같은 경우, 석유 매장량이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적습니다. 그런데 석유와 가스가 오만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등 경제 구조에서 부존 자원, 화석연료 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죠. 따라서 이 같은 의존도를 한시라도 빨리 줄이는 게 국가 차원의 과제입니다.

실제로 중동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늘려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도 2030년까지 무려 절반 가량을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여러 화제를 낳은 사우디의 '네옴시티' 구상도 이 같은 탈석유경제와 탈탄소 정책의 하나로 꼽힙니다. 오만은 천연가스 의존도를 97%에서 2030년까지 70%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여기에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이 이 같은 경향을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오만의 국영 에너지 기업, OQ의 CEO인 힐랄 알 카루시는 KBS 취재진과 만나 "오만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신재생에너지는 천연가스 등에 비해 상당히 비쌌지만, 지금은 저렴해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발전에 신재생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카루시는 "수소가 미래의 연료가 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현재 우리는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 대규모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어떤 것인지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해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산업계의 진출은 중동 지역의 수요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한 그린 수소 프로젝트에서, 대부분의 그린 수소는 우리나라로 들여온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물량은 바로, 오만에서 활용합니다. 화석연료를 수출해 부를 이뤘다면 이제는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생산해 연료 시장에서의 패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입니다.

문 차장은 "중동에서는 석유 다음으로 생각하는 게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프로젝트는 대규모인데, 오만 등 중동 국가에는 관련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이 있는 국가와 기업이 건설·생산해주면 관련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이들 국가에서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동 주요 국가들의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은 대부분 2050년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팀이 찾은 두쿰 현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 등을 짓기 위한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그리고 앞으로 5년 사이 관련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잇따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이 기간, 중동은 산유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생산국으로 탈바꿈할 반전의 기회를, 우리는 수출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만은 어떤 곳?
우리에게 친숙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바로 옆, 아라비아 반도 동쪽에 있는 국가로, 수도는 무스카트입니다. 국왕 '술탄'이 통치하는 정치 구조인데 분쟁이 많은 중동에서도 중재 역할을 도맡는 등 평화로운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3배지만 인구는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웃 나라와 마찬가지로 산유국이지만 매장량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만의 주요 교역국으로써 천연가스를 제일 많이 수입해 왔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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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 파면 기름 나오는데 태양광은 왜?…중동은 ‘에너지 전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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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3-06 16: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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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이라는 나라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잘 모르신다면 키워드 첫 번째, 오만은 중동에 있는 국가입니다. 둘째, 그리고 산유국입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일반적인 '중동 산유국'의 이미지, 예를 들면 광활한 사막이나 쨍쨍 내리쬐는 햇볕, 그리고 콸콸 쏟아지는 석유와 '오일 머니'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반전 키워드가 있습니다.

KBS 취재팀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오만 정부의 초청을 받아 현지를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오만의 경제특구라는 두쿰 지역에, 오만 최대 정유시설이 문을 여니 취재하러 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같은 우리 기업들도 건설에 참여를 했고, 이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회사는 오만과 같은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인 쿠웨이트에서 지분을 투자해 만들었습니다. 개소식은 오만과 쿠웨이트 국왕이 모두 참석할 정도로 중요한 외교 행사였습니다. 중국과 튀르키예, 인도, 이집트 등 많은 외신이 찾아와 취재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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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익히 아는 '중동 산유국'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취재팀이 오만을 찾은 더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마지막 반전 키워드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신재생 에너지'입니다.

■ "태양광 발전소 하나가 분당 3분의 1 크기라고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170km, 대략 두 시간 달리면 '마나'라는 지역에 닿습니다. 차를 타고 무스카트를 벗어나니, 주변이 온통 거대한 돌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돌산은 온데간데없고 그야말로 광활한 평지가 나타났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사무실로 쓰는 낮은 가설 건물 뒤로 드넓은 맨땅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태양광 발전소 부지 면적이 우리나라 분당의 3분의 1 정도 됩니다. 축구장으로 따지면 1,200개 정도, 태양광 패널은 100만 개 정도 들어갑니다."

이 마나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는 문학성 한국서부발전 해외사업실 차장의 말입니다. 전력 생산량으로 따지면 500MW(메가와트)규모입니다. 서부발전은 이 발전소를 내년 완공해 30년 동안 생산한 전기를 오만에 팔 계획입니다.

그런데 서부발전은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로 석탄과 LNG를 이용한 화력발전이 주력 사업입니다. 왜 중동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걸까요?


일단, 저렴합니다. 굉장히 넓은 부지를 갖고 있는 데다가 해가 강하고 깁니다.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흐린 날, 비오는 날 등을 제외한 일조량은 하루 평균 3~4시간에 불과하지만 오만은 8시간에 달합니다. 그래서 발전 단가가 국내 10분의 1 수준입니다.

문 차장은 "국내에선 태양광 설비를 늘리기엔 한계가 있었고, 우리는 국내에선 발전소 운영 노하우가 있는 반면 중동 내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해서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까지 넓혀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럼 발전 공기업이 수소를 만드는 이유는 뭔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문 차장은 "2030년에는 저희가 '혼소' 발전을 해야 해서, 세계적으로 어느 지역이 좋을까 검토해봤는데 중동 지역이 좋게 나오더라"고 말했습니다. 혼소 발전은, 지금까지는 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었다면, 여기에 일정 비율 수소를 섞어 탄소배출을 줄이는 발전 방식입니다. 탄소중립 달성 등을 위해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한 내용입니다.

새로운 에너지로 떠오르는 수소엔 여러 '색깔'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라고 부릅니다. 이 반대편에 있는 게 요즘 많이 들어보셨을 '그린 수소'입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탄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청정한 수소라는 거죠. 그렇게 수소를 만들려면 발전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바로 그래서 태양광 발전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태양광 발전 사업 경험을 토대로 궁극적으론 그린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부발전은 최근 UAE에서 오만 마나 규모의 3배인 1.5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앞으로 오만에서 추가로 나올 그린 수소 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그린 수소, 왜 거기까지 가서 만드나요?

오만 현지를 취재해보니 오만의 그린 수소 사업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포스코홀딩스와 삼성엔지니어링, 한국남부발전과 동서발전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오만 두쿰경제특구 근처 알 우스타 지역에서 진행하는 그린 수소 생산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아까 마나의 태양광 부지는 분당 면적의 3분의 1이라고 했죠? 이 그린 수소 부지는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습니다.


여기서 47년 동안 만들게 될 그린 수소는 연간 22만 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나라로 들여와 사용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 컨소시엄에 남부발전과 동서발전 같은 발전사들이 참여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서부발전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논리와 마찬가지로, 이 부지에서도 발전사들은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해서 만든 그린 수소로 추후 국내 저탄소 발전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철로 유명한 포스코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그린 수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상섭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 리더의 설명입니다.

"포스코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수소환원 제철'이라는 공법이 있습니다. 원래는 철광석에서 철을 떼내기 위해선 석탄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 대신) 수소를 쓰면 탄소배출량이 줄어들어서 포스코 입장에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스코 그룹의 철강 쪽에선 환원제로써 수소를 쓰는 거고, 발전소에선 연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우리 입장에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값이 싼 만큼, 이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만들면 머나먼 중동에서 물류비를 들여 가져오더라도, 더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대규모 항만이 있는 두쿰경제특구와 가까운 곳입니다. 생산 시설에서 바로 해상 운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인 거죠.


■ 산유국들이 왜 이럴까?…중동은 '반전'을 고민 중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해외 건설도 수주하고, 에너지도 값싸게 들여와 좋은 상황입니다. 오만 뿐 아닙니다. 많은 중동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현지와 국내에서 만난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최근 (중동의) 경향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앞서 소개했던 정유 플랜트 같은 석유나 화석연료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됐다면, 이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입찰이 활발하고, 치열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오만이 신재생에너지에 적극적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땅을 파면 기름이 나오는 '석유 경제'의 산유국들이 신재생에너지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정된 매장량과 그에 비해 높은 의존도 때문입니다. 오만 같은 경우, 석유 매장량이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적습니다. 그런데 석유와 가스가 오만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등 경제 구조에서 부존 자원, 화석연료 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죠. 따라서 이 같은 의존도를 한시라도 빨리 줄이는 게 국가 차원의 과제입니다.

실제로 중동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늘려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도 2030년까지 무려 절반 가량을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여러 화제를 낳은 사우디의 '네옴시티' 구상도 이 같은 탈석유경제와 탈탄소 정책의 하나로 꼽힙니다. 오만은 천연가스 의존도를 97%에서 2030년까지 70%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여기에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이 이 같은 경향을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오만의 국영 에너지 기업, OQ의 CEO인 힐랄 알 카루시는 KBS 취재진과 만나 "오만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신재생에너지는 천연가스 등에 비해 상당히 비쌌지만, 지금은 저렴해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발전에 신재생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카루시는 "수소가 미래의 연료가 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현재 우리는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 대규모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어떤 것인지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해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산업계의 진출은 중동 지역의 수요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한 그린 수소 프로젝트에서, 대부분의 그린 수소는 우리나라로 들여온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물량은 바로, 오만에서 활용합니다. 화석연료를 수출해 부를 이뤘다면 이제는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생산해 연료 시장에서의 패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입니다.

문 차장은 "중동에서는 석유 다음으로 생각하는 게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프로젝트는 대규모인데, 오만 등 중동 국가에는 관련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이 있는 국가와 기업이 건설·생산해주면 관련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이들 국가에서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동 주요 국가들의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은 대부분 2050년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팀이 찾은 두쿰 현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 등을 짓기 위한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그리고 앞으로 5년 사이 관련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잇따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이 기간, 중동은 산유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생산국으로 탈바꿈할 반전의 기회를, 우리는 수출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만은 어떤 곳?
우리에게 친숙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바로 옆, 아라비아 반도 동쪽에 있는 국가로, 수도는 무스카트입니다. 국왕 '술탄'이 통치하는 정치 구조인데 분쟁이 많은 중동에서도 중재 역할을 도맡는 등 평화로운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3배지만 인구는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웃 나라와 마찬가지로 산유국이지만 매장량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만의 주요 교역국으로써 천연가스를 제일 많이 수입해 왔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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